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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6   [짝퉁소설]독백. (15)


[짝퉁소설]독백.
주위 사람들은 나를 보고 폐인이라고 -친한 넘들일수록 더 난리법석들이다. 쳇!- 부른다. 정신병자보고 정신병자냐고 물어보면 으레 아니라고 바락바락 우기듯 나도 날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에게 난 폐인 아니라고 버럭버럭 우긴다.

하긴 내 초중고 동창들이나, 대학교 동기들이나 미소녀(MSN메신저)에서 나보다 오래 남아 있는 사람이 없긴 했다.

오늘도 나는 밤 12시에 기숙사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킨다. 여지껏 그래왔듯이 몸에 익은 내 습관은 미소녀에 로긴을 하고, 마소의 이너넷모험기를 실행시킨다.

......중증이다. 요 며칠간 미친듯이 드나들던 사이트에 또 들어가버렸다. 이곳에 온 다음부터 밤에 잠이 안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밤새는 일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는데......

웬만한 일에는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던 내가 이 정도의 집중력, 아니 능력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다. 혹시 나도 숨겨진 재능을 가진 천재일까? 에이, 택도 없는 소리다. 천재라는 놈이 한밤중에 모니터 앞에서 컵라면 끌어앉고 밤을 샐 리가 없지 않은가.

하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어릴땐 천재고 영재라더라. 킬킬. 정말 우습다. 그런데 왜 그 머리좋은 인간들이 나이를 먹어가면 바보가 되어가는지 모르겠지만.

뭐, 잡생각은 접어두고 그냥 이곳 사람들이나 놀기나 하자. 이런 잡생각 같은 비생산적인 행위를 계속 하느니 차라리 그냥 재밌게 놀면 되는 거지. 어라.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재밌겠다. 오늘도 밤 새는 건가...

삐리리리릭 삐리리리릭 삐리리리릭
아...벌써 오후 세시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알람소리를 들을때마다 시계를 박살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 그러고보니 오늘도 잠을 못잤네. 지금이 방학이기에 망정이지 학기중이였다면 흐유~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안 그래도 선배님들도 나를 이상한 애 취급하시는데 -나는 왜 컴퓨터를 오래하는게 이상한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학기중에 지금처럼 행동했다면 아마 정신병원으로 끌려갈지도 모른다. 하긴 그 정신병원이란 동네야 가면 뻔한 얘기밖에 안 물어본다지만.

응?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꼭 정신병원 갔다온 사람같네. 다행히도 나는 아주 정신적으로 건강해서 그런데 출입은커녕 문짝구경도 못해봤다.

벌써 2주째다. 에휴.....내가 봐도 내모습 참 한심하다.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라면이랑 과자 따위를 사다놓고 매일같이 라면이랑 과자로 연명하는 생활이라니. 요 사이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나도 귀차니즘에 중독되어버린 것일까? 귀찮다고 일 안하는게 젤 안 좋은거라고 들었었는데....에이, 귀찮아.

근데 내가 생각해도 웃긴 건 밖에 나돌아 다니는거나 라면에 물뜨러 가는건 귀찮은데 컴퓨터 하는건 하나도 귀찮치 않다는 거다. 에구.....나 진짜 폐인일지도 모르겠다.

아, 그러고보니 요즘은 미소녀 로긴도 안한다. 이상하게 로그인에서 계속 에러가 나서 말이다. 인터넷은 되는데 왜 로긴이 안되는지 답답해 죽겠다. 그러다 보니 늘상 대화하는 상대는 전에 말했던 그 재미난 사이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뿐. 뭐, 그래도 그렇게 쓸쓸하다거나 외롭다는 생각은 안든다.

에구에구 신음소리가 절로 터져나오는 날이다. 벌써 방학도 다 끝나간다. 으음...벌써 5주째인가? 참, 이런걸 세고 있는 내가 우습지만서도 나중에 보고서라도 낼 기회가 있다면 -이런 주제로 연구하는 사람이 있을 턱도 없지만- 사람은 5주동안 하루에 잠 거의 3시간만 자고 라면으로 생계를 때우며 인간과의 실제적인 접촉 없이도 살 수 있다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써 보고 싶다......생각해보니 쓰기 귀찮을 것 같다. 내가 너무 게으른건가?

요즘 들어 뭔가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소녀 로긴 안되는 건 예전의 일이라 그렇다쳐도, 어째 내가 그 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리플을 달아도 왠지 나는 사람들이 내가 쓴 것들은 쳐다보지 않는 것 같다. 리플다는 주제에 끼어들어도 왠지 혼자 겉도는 거 같고, 기분이 이상하다. 왜 그런걸까, 왜 다들 나를 죽은사람처럼 취급하는 걸까, 내가 뭐 밉보일 짓이라도 했나?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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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이 없는 일도 다 보겠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시체를 3주동안이나 방치해놓다니..."
"방학동안 기숙사에 그 사람밖에 없었으니 뭐 그렇다 치더라도. 관리인은 뭐했답디까?"
"관리인도 이 학생이 안나와서 집에라도 내려간 줄로 압디다. 방학중이라 청소하는 아줌마들도 대충 계단만 닦고 나가니, 시체 썩는 냄새를 그냥 이상하다고 생각만 하고 갔으니...쯧쯧"
"그 방 룸메이트가 안왔으면 개강할때까지 발견 못할뻔했네요."
"그렇죠 뭐, 근데 저 시체는 뭐가 그리 아쉬워서 다운되버린 컴퓨터 키보드 위에 엎어져 죽었을까요."
"글쎄요. 일단은 가져가서 조사해 봐야죠. 뭐, 금방 나올꺼에요. 뭐하다 죽었는지."
"쯧쯧....어린 나이에 참 안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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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결과 나왔습니다."
"그래 뭐가 나왔나?"
"사인이라기엔 좀 이상한데요, 영양실조와 탈수랍니다. 물 안마신게 제일 크다고 그러더군요."
"탈수? 아니 지가 목마르면 수돗물이라도 퍼마시지 죽을때까지 물을 안마신거야?"
"그게......아직 못 밝혀낸거랍니다. 스스로 물 마시러 못갈 정도로 바보였던것도 아니고, 특별히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랍니다."
"살다살다 별 해괴한 꼴을 다 보겠군, 그래, 다른건 뭐 나온거 없어? 그래, 그 컴퓨터에선 뭐 나온거 없어?"
"그게 사용내역을 보니까 인터넷으로 어떤 사이트에 계속 들락날락한거 밖에 안나왔습니다."
"흐음, 뭐하는 동네야 거기는?"
"그게 말입니다. 조사해 볼려고 그 사이트 주소로 들어갔는데 반년 전에 폐쇄된 사이트더군요. 근데 더 이상한건, 폐쇄되기 전의 자료를 찾아보니까 사망자의 개인정보로 가입된 아이디가 그 싸이트 폐쇄되기 5개월쯤 전부터 문닫을때까지 활동했다는 겁니다."
"뭐야 그럼, 귀신이 들어가서 컴퓨터라도 두들겼단 소리야? 어이가 없군, 어쨌든 대충 조사한 걸로 보고하고 이 사건 종결처리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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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한 것 같다. 갑자기 사람들이 방에 허락도 없이 -난 누가 내 허락없이 왔다갔다 하는 걸 무지 싫어하는데- 왔다갔다하더니 내 컴퓨터를 들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왜 그러는 걸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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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예전..한창 김풍질하던 때 쓴 소설...같지 않은 이야기. 그냥 갑자기 막 휘갈겨 쓴 거라 쪽팔린다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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