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그는 보던 책을 매몰차게 덮어버렸다.
"뭐야, 이 내용은. 온통 백인우월주의에 가득 찬 내용이잖아. 이딴게 고전 명작이라고. 쳇!"
그는 중얼거리며 책을 방구석으로 집어던졌다. 가을녘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고이 떨어지는 낙엽이 아니기에, 그가 던진 책은 재활용 수거함에 집어던진 깡통마냥 요란한 소음을 냈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의 눈앞에는 그가 이런식으로 불평하며 집어던진 책 십여권이 방 한 모서리를 무너지기 직전의 탑인냥 무질서하게 쌓여있었다.
그의 시선은 곧 그의 옆구리에 불국사 석가탑마냥 가지런히 쌓아둔 남아있는 책을 향했고, 그의 손길은 젠가(벽돌을 쌓아놓고 빼는 보드게임)를 하듯 조심스레 책 한권을 그곳에서 빼어냈다.
휘릭.차르륵. 그의 눈길은 무의식적으로 책을 훑어갔고, 그릐 손길은 무의식적으로 책장을 넘겼다.
아마, 얼마 가지 않아 그의 손은 또 그 책을 시끄럽게 덮어버릴 것이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중단한 책은 집 한구석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는 깨닫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투덜거리며 책 한권을 집어던질 때마다, 그 책이 진정 해주고픈 이야기를 놓치게 되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 한번의 기회를 집어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