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중독이란 단어는 오로지 마약, 알콜 따위밖에 생각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중독이란 의미는 굉장히 나쁜 것으로만 느껴졌고, 또 그 단어 자체를 사용하기 꺼려했었다. 왠지 범죄자가 되는 기분이랄까? 부모님 몰래 못된 장난을 쳐놓고 들킬까 조마조마하는 어린이의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독이란 단어는 친숙하다 못해 고리타분한 곰팡이 냄새를 피워올리는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중독이란 단어를 거리낌없이 쓴다. 다들 적어도 하나씩에는 중독되어 있다고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나에게 무엇에 중독되어 있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귀차니즘에 중독되어 버렸어. 난 이 세상 최고의 귀차니스트!" 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술, 담배, 커피, 컴퓨터, 낙서 등등의 평범한 것에서부터 섹스와 마약에 이르기까지 중독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알고 보면 우리는 스스로가 말하는 그 어떤 것에도 중독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적어도 한가지 방면에서는 개성을 가지고, 또 그 방면으로 특출나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중독되었다고 자기세뇌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저 다른 사람과 조금 더 달라 보이고 싶어서, 튀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중독이란 단어 사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중독=취미'라는 공식이 성립해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삭막해질수록, 어릴적의 무시무시한 단어들은 일상생활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