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영도님이 쓴 '퓨처 워커'라는 판타지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다.
물론 요즈음 나온 시답잖은 개나소나 무적無敵에 기연奇緣이 넘쳐나는 판타지들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철학과, 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전작인 '드래곤 라자'에서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잘 말해주었다면, 이 작품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주고 있다.
그 작품에서, 시간이 멈춘다. 그리고 과거의 자들이 살아나고, 미래는 오지 않는다. 처음 보았을 때 이게 무슨 소린가...하고 한참을 생각했었다.
시간이 멈추었는데 과거가 다가온다고? 얼핏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책에서 보니 그 이유를 한 예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세 척의 배가 동일한 속도로 강 위에서 떠 가고 있는데, 각각의 배는 과거, 현재, 미래이다. 그리고 그 순서는 과거가 가장 뒤, 가운데가 현재, 그리고 그 앞에 미래가 시간이라는 강 위를 흘러 가고 있다. 그런데, 현재라는 배가 멈추어 버리면, 즉 현재에서 시간이 멈춰 굳어져 버린다면, 미래라는 배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고, 과거라는 배는 현재를 따라잡아 언젠가는 추월해 버릴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 말고도 많이 있지만, 더 쓰면 마치 책 소개 같으니 약간 생략하겠다.
시간이 멈추고....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이 생각부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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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주과학과 학생이다. 갑자기 무슨 말인고 하니,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늘 친구들과 떠벌이길 좋아했었다.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흥미롭게 읽고, 또 그 내용으로 친구들과 떠들어댄다.
과거로 가서 누군가를 죽이면 지금 현재가 뒤바뀔 것인가, 아니면 거기서 새로운 미래가 파생되어 나올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저 흥미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열을 올려가며 이야기해댄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시간이 멈추고. 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거기서 토론은 끝이 난다. 시간이 멈추면,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우리들이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한다고 해봐야 변할 것은 없다.
공간의 속박에서는 이미 인류는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지구의 중력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속도를 낼 수 있고, 하다 못해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솟아오르는 순간에도 중력에게 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시간이 느려지고 어쩌고..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당장 지구를 벗어나는 대에도 힘이 드는 우리에게 그 속도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무리인 듯 싶으니 열외로 치면, 아직 시간에게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결국, 시간이 멈추어 버린다는 것은, 내가 사고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모든것에 대해 수갑을 채워버린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멈춘다라는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이렇게 생각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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