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굉장히 힘들다.
알람을 맞춰놓고 자긴 하지만, 알람이 울어도 어두컴컴한 내 방은 이성의 외침과는 달리 아직 어두우니까, 더 자도 되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나의 일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단 5분의 늦장은, 3000원 가까운 손해를 불러일으키니까.
-읏차. 힘들게 일어나서, 무의식적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멍하니 앉아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오늘은 나가서 무얼 해야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오늘도 무료하기 짝이 없는 9시간의 시간 때움과, 몇몇 친구들과의 불평불만이 그 전부가 될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뭔가 새로운 일이 있기를. 하지만 그것이 아무도 하지 않는 어렵고 힘든 노가다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부우웅. 다행히도 통근버스를 탔다. 이 통근버스를 놓치면 시내버스비 900원, 이번에 오른 택시비 1800원을 날려버리니까, 기를 쓰고 타게 된다. 하루에 버는 돈이 고작 7000원 남짓인데, 저 지출은 정말 치명적이다. 버스안의 떠드는 소음, 귀찮은 엔진소리, 치지직 거리는 라디오 소리가 싫어, 귀에 헤드셋을 걸어놓은 채로, 시끄러운 노래를 들어가면서 눈을 감는다.
-반갑습니다. 시의원 후보 ***입니다. 또 시작이다. 평상시 얼굴도 비추지 않는, 잘나간다는 분들이 무슨 선거철만 되면 자기 귀엽지 않냐는 듯이 실실 쪼개면서 악수하고 돌아다닌다. 우습지도 않다. 그렇게 귀여워 보이고 싶으면 토끼귀 머리띠를 하고 엉덩이에 꼬리라도 달고 흔들어대던가. 선거철이라고 갑작스레 떠들어대는 사람들을 보면 무언가가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그냥 조용히 그 인간이 건네주는 명함을 받을 뿐이다. 물론, 곧 쓰레기통에 쳐넣겠지만.
비가 와서 그런가보다.
이번 비는 올해 첫 태풍이 남긴 흔적이란다. 5월 태풍 중에는 50년동안 가장 강한 녀석이었다고. 그 태풍의 발톱은 중국을 후려갈겼지만, 여기 우리나라에 남은 것은 그저 바람은 없이, 죽기 싫다고 울부짖는 눈물폭포수일뿐. 바람도 없이 고요하게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적해진다.
219일 남은 나의 일당 7000원짜리 - 혹은 시급 875원짜리 - 의무가 끝날때까지, 아마도 계속 반복될 이 일들이, 창밖에 부딫히는 빗소리처럼 나의 모든 감각을 무디게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