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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4   잠이 오지 않는다. (6)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머리는 깨질 듯 아프다가, 좀 전에 먹은 약 때문인지 멍한데, 자려고 누우면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두들긴다. 아아, 차라리 약을 먹지 말걸 그랬나. 그랬다면 고통 때문에 잡생각도 들지 않았을텐데. 하지만 그랬다면 고통으로 인해 잠들지 못했을 것일테니, 결국 똑같은 건가. 어젯밤 마셨던 술과, 아침에 방열쇠를 잃어버려 추운 새벽녘 방앞에서 오돌오돌 떨다가 걸려버린 감기는 어느샌가 불면으로 이어졌다. 왜 이럴까. 어질어질한 머리 속으로, 몇가지 상념들이 흘러간다.

남몰래 메신저에 접속해본다. 오프라인으로 표시, 하지만 딱히 시비를 건다던지 말 걸만한 사람이 없다. 하긴 이시간에 접속해 있는 사람도 몇 없긴 하다. 그나마 접속된 사람들은 전부 자리비움. 아마도 컴퓨터를 켜놓고 잔다던지 다른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것일테다. 나처럼 쓸데없는 잡념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나, 둘, 셋.

일기장을 꺼내 몇마디 끄적여본다. 내 일기장은 사실 일기장이라기보단 비망록에 가깝다. 일기라기엔 내용이 두서가 없고, 또 내 순간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휘갈겨 놓았으니. 딴 사람이 보면 미친놈 중얼거림 같은 내용이 90% 이상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물론 누구나 일기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진 않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저걸 공개하면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개떡이 될 것은 당연지사. 일기장에 끄적인 글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나란 인간은 왜 이렇게 뒤틀렸을까.

그 글자를 바라보다 무언가 요긴한 생각이 내 머리를 휘갈긴다. 덕분에 멍하던 정신이 화들짝 놀란다. 아, 내 필통 속에 분명 수면제가 두알 정도 남아있던 것을 기억해 낸 것이다. 필통을 뒤적거린다. 지이익, 지퍼를 열고, 펜과 메모지와 지우개 사이에 끼어있는 노란 봉투를 꺼낸다. 예상대로다. 그 안엔 하얀 알약이 있다. 물론, 두 알이 아니라 한 알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물과 함께 꿀꺽. 알약을 삼킨다. 감기약과 수면제를 같이 먹는 건 미친 짓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멍하고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들고 밤을 새버릴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슬슬 잠이 오는 것 같다. 기분인지 아니면 약기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침대에 육신을 뉘이고, 정신은 머나먼 세계로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다. 이래도 못잔다면, 내일은 정말 병원이라도 한번 가봐야겠다. 하나, 둘, 셋.

안녕, 세상아. 몇시간 후에 다시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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