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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으니까.에 해당하는 글 1건
2006/10/26   D-59.


D-59.
왜?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파마를 했다.


머리 기를때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다. 사실 태어나서 머리에 약 발라본 기억이 전혀 없길래,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엊그제 거금 3만 5천원을 들여 파마를 했다. 내 신조가 "안해보고 후회하지 말고 해보고 후회하자"이기 떄문에. 사실 안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한 12863928배 낫다고 생각하니까. 전자의 경우 후회만 남지만 후자의 경우 경험도 남기 떄문에.


그래서 했다. 뭐,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사실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어떤 분이 물어보더라. 머리가 왜 그모냥이냐고. 눈깔이 없나? 아님 첨보는건가. 하여튼 대답했다. 머리 볶았다고. 그랬더니 왜 그랬냔다. 왜 그러긴.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대답했다. 왜 하고 싶었냐고 물어본다. 장난하나? 하고 싶어서 했는데 뭘 또 왜긴 왜야. 그래도 예의상 대답했다. 머리 기를때부터 해볼려고 했다고. 그랬더니 머리 기를때부터 왜 하려고 했냔다. 참내. 시비를 걸려면 똑바로 걸던가. 그냥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사람이 왜 그냥 해보고 싶었냐고 그런다. 어이가 없어서 썡까고 심부름거리 들고 나왔다.


맘에 안들면 맘에 안든다고 하면 되는걸 진짜 사람 기분 더럽게 꼬치꼬치 캐묻고 지랄. 난 솔직히 직선적인걸 좋아해서,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말로 하는게 좋지 빙 돌려서 비꼬고 시비거는 사람들 정말 싫어한다. 왜? 모든 왜?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한가지다.


"내가 하고 싶으니까."


솔직히 다들 이유는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리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논리정연하고 심오한 철학을 이유로 삼아도 근본은 자기 자신이 원해서 아닌가? 이유를 억지로 가리려는 걸 보면 참 맘에 안든다. 물론 그런 설명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되겠지만, 근본은 같은거다.


여기 한 정치가를 죽인 살인범이 있다고 치자. 그에게 경찰이 심문 도중 "그 사람을 왜 죽였소?" 라고 물었을때, "시대의 이름으로 죽였다."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당신의 정의감은 잘 알겠으나 그래도 살인이란 방법은..." 이런식으로 대답하겠지. 하지만 "왜 죽였나?"라고 물었을때,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라고 하면 "뭐 이런 미친새끼가 다 있어?" 이렇게 된다. 인간은 곧 죽어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못하는 동물이니까.


잡설이 길어지는데, 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맘에 안들면 맘에 안든다고 까놓고 말하는게 더 좋다. 괜히 빙빙 돌려가면서 비꼬는 식이라면 지적당하는 것도 화나고, 오히려 관계만 나빠질 뿐이니까. 맘에 안들면, 난 이러이러해서 싫다, 이렇게 설명하고 말아라. 그럼 나는 근데 나는 이러이러해서 좋다. 라고 말해줄테니까. 명쾌하고 간단한 관계를, 억지로 복잡무쌍하게 바꿔야 되나. 어쩄든 오늘의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건 한다. 이 세상 누가 뭐라해도. 그 세상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진 않으니까.






P.S. 오늘 네이버 뉴스기사를 보다가 오래간만에 개념기사를 발견. 정말 맘에 드는 글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230&article_id=0000000497&section_id=106&section_id2=221&menu_id=106


P.S.2. 그 기사에 달린 최고의 개념덧글. 네이버가 항상 요정도 수준만 유지해준다면야 좋겠는데, 찌질이들이 너무 많으니 이것 참. 자세한 내용은 역시 아래의 리플을 클릭.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230&article_id=0000000497&section_id=106&section_id2=221&menu_id=106&m_sort=rec&m_page=1&m_view=1&m_mod=memo_read&m_p_id=-213&memo_id=2342


P.S.3. 작업중이던 파일 홀라당 날아갔다 ㅠㅠㅠㅠㅠㅠㅠㅠ아 기운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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